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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상화폐에 대한 내 생각
    가볍게 읽는 시리즈 2017. 6. 28. 23:02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둘다 블록체인 개념을 활용한 가상화폐이지만 특히 요즘 비트코인만큼 뜨거운 녀석이 이더리움이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 비해서 몇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비트코인과는 달리 최대 채굴량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점이다.

    현대의 화폐 자원은 거대한 기관(특히 정부)에서 관리, 운용되고 있다. 태초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과거에는 귀금속이나 귀한 자원(비단, 상아, 소금 등)들이 화폐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화폐는 아주 큰 차이점이 있는데 과거의 화폐들은 정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실질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재화들이 화폐의 역할을 대신했다는 점이다.

    실질적인 가치라는건 이해가 그리 어렵지 않다. 내가 화폐라고 인식하고 있는 그 재화가 정말 가치를 가지고 있는 실재인가를 확인하면 된다. 예를들면 금화가 있다. 금이라는 금속은 사실 장신구와 몇 가지 특징을 제외하면 다른 금속에 비해서 금속으로서의 장점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화는 몇 천년동안 유럽, 아랍,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진귀한 것으로 여겨졌다.

    사실 금화는 무겁고 불편하다 그런데 왜 금화를 화폐로 사람들이 인정했을까? 그건 금이라는 물질 자체가 희소하고 다른 어떤것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속성 만으로도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또한 과거의 국가는 현대처럼 고도로 중앙집중화 되지 못했고 정교한 행정처리를 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국가 주도 화폐 발행은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화폐는 그 본질이 다르다. 현대의 화폐는 본질적으로 신용, 즉 내가 누군가에게 화폐를 지불하면 상대방은 나에게 그 화폐의 가치에 걸맞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라는 약속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신용'만으로 화폐제도가 잘 굴러갈까?, 난 지금도 의아하지만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고 있는 천원, 만원짜리 지폐가 모두 그런 화폐이다. 이 신용화폐들은 실질적 구속력이 없다. 법적으로는 효력이 있지만 유사시에는 법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결국 실질적인 가치는 가지고 있지 않고 해당 화폐를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원화, 달러화, 위안화 등.. 각각을 인정하고 있는 시스템)이 붕괴된다면 화폐의 가치는 종이조각 이상을 넘기 힘들것이다.

    그럼 왜 신용화폐 기반 사회에서는 이런일이 벌어질까? 그건 간단하다. 화폐 발행에 있어서 무언가를 담보로 잡지 않아도 발행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이다.
    혹시 보드게임 브루마블을 해봤는가? 브루마블은 플레이어와 은행, 두 역할이 나눠져 있다. 만약 게임 진행 도중에 은행이 특정 플레이어에게 은행의 돈을 갑자기 주게 된다면 게임이 정상적으로 진행이 되겠나?

    결국 여기에 가장 큰 맹점이 있다. 신용화폐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폐를 만들어내는 주체가 누구냐는 것이다. 불행중 다행히도 대부분의 국가는 국가 자체에서 화폐 생산&유통을 독점한다.
    하지만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하는데 국가의 정책도 결국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이고 그로 인해 실책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말이 몹시 길어졌다. 위의 긴 부연설명은 국가 통제의 화폐 생산&유통이란것이 그만큼 몹시 난해한 과제라는 점이며 물리적 한계로 인해 결국 누군가에 의해 독점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라는 점이다. 만약 소수의 개인들에게 화폐 발행권을 넘겨준다고 해보자. 그들이 이상적인 중재자라면 더할나위 없다. 이상적인 상황이 펼쳐지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엉뚱한 마음을 먹는 경우에는 해당 화폐를 사용하는 시스템에 속한 모든 사람들은 그 화폐 발행 집단에 의해 휘둘리고 조종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 기술의 발전으로 획기적인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고 그로인해 사람들은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고도 화폐를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 기술의 가장 큰 장점은 화폐 생산을 마음먹더라도 생산과정 자체의 어려움으로 인해 생산의 제약이 생겨 통화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비유를 들어보자면 이런것이 될까?
    1.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사용할 화폐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2. 하지만 화폐를 만들어내는 과정은 몹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3.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은것은 아니기에 누구라도 시도를 통해서 화폐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현대의 비트코인, 이더리움 채굴자들은 진정한 의미의 마이너라고 볼 수 있다. 마치 과거 골드러쉬 시대의 미국 광부들과 같이 말이다.

    내가 가장 관심있어 하는건 가상화폐가 과연 안정적인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을것이냐는 점이다.
    누구가는 이런 열기가 거품이고 반짝뜨고 지는 별로 생각해서 별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미 가상화폐들이 화폐로서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고 기능도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상화폐가 안정적인 화폐의 역할을 앞으로도 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면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많다. 물론 개중에는 시스템적인것이 아닌 결국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들도 있다. 하지만 현재 생기는 가장 큰 문제점은 두 개의 시스템(현재 우리가 사용중인 화폐 시스템 - 가상 화폐 시스템)간의 불협화음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생각하며 이는 점차 대중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가상화폐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1. (과도기적 시점에서, 즉 현재)다른 시스템간의 빈번하고 큰 폭의 시세차이로 인한 투기성 자본을 억제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 부분은 가상화폐가 대중화된다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중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가상화폐가 실질적인 가치가 있는 재화임을 인식할 것이기 때문이고 그로인해 가격이 안정될 것이다.)
    2. 역시 통화량 독점을 막기 힘들다. 특정 가상화폐 시스템에서 소수가 대부분의 가상화폐를 독점한다면 역시 수요-공급에 의해 소수가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의 가치가 평가절상 될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3. 통화량이 점진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는 특성으로 인해 화폐 대체재로서의 변환 속도가 느리다. 결국 이 문제로 인해 1번의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다.
    4. 가상화폐 생태계 후발주자의 경우 진입이 더 힘들어진다. 이런 변화는 자동화와 높은 컴퓨팅 파워를 가지고 있는 국가에 제한되기 때문에 산업 낙후로 늦게 진입할 수 밖에 없는 후발주자들은 이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된다.

    하지만 2번, 4번 문제의 경우 고민해보았는데 해결책이 있을것 같다.
    바로 화폐 풀(Currency Pool)을 만드는 것이다. 여러 가상화폐들을 묶어 하나의 화폐로 인식하는것이랄까..? 하지만 이 방법은 아이러니 하게도 1번의 문제점을 야기시킬 수 밖에 없다. 양날의 검과 같다고 생각한다.

    과연 누군가(정부)의 컨트롤 없이 순수한 '시장'만의 작용으로, 그 안에 가득차 있는 선한 욕심들로 인해 가상화폐의 가치가 안정적으로 조절이 될지 몹시 몹시 몹시 궁금하다.
    근미래에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보면 정말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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