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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수지와 바다
    카테고리 없음 2020. 12. 5. 02:59

    어떤 마을에 저수지가 있었다. 저수지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바다가 있었는데 저수지는 무한하게만 보이는 바다의 규모를 동경했다.

    바다에 비하면 저수지인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의 양은 한없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다.

    어느 날 저수지는 바다가 되기 위해 마음먹었고 규모를 키우기 위해 마을로 물을 내보내던 물꼬를 막아버렸다.

    그 뒤로 저수지는 점점 물이 차올라 갔다. 저수지는 기뻤다. 시간이 흐른다면 언젠가는 자신도 바다처럼 될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어느 날 성난 마을 사람들이 몰려왔다. 규모는 크지만 쓸모없는 저수지를 메우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저수지는 억울했다. 바다 처럼 큰 저수지가 되려는 이유 중 하나는 마을 사람들에게 물을 더 많이 제공하려는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저수지는 깨달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자신이 얼마나 거대한 존재인지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라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해서 더 관심이 많았다는 것을.

    저수지는 과거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을 마을 사람들에게 보내기 위해 다시 물꼬를 텄다.

    하지만 저수지는 물을 보내지 않은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얼마나 물을 보내야 하는지 잊어버리고 말았다.

    어쩔 때는 너무 적은 물이 흘러 도움이 되지 못했고 어쩔 때는 너무 많은 물이 흘러 홍수가 나기도 했다.

    그래도 저수지는 물꼬를 막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고 물이 흐른 자리에는 수로가 생겼고 저수지는 수로를 보고 보내야 할 물의 양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수지는 필요한 만큼의 물이 양을 정확히 내보낼 수 있었고 마을 사람들은 물 부족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저수지는 메워지지 않았고 마을 사람들은 저수지에게 고마워했다.

     

    나도 바다를 동경했고 그런 존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저수지의 삶을 살기로 한 지금도 충분히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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