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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나르코스를 보다
    카테고리 없음 2020. 12. 5. 02:27

    2018.12.20일 작성한 글

     

    최근에 넷플릭스를 통해 1980년대 콜롬비아를 장악할 야심만만한 마약상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다룬 드라마 Narcos를 몹시 재미있게 보고 있다. 그는 마약 제조/유통을 통해 한때 세계 7대 거부가 되었을 정도로 천문학적인 재산을 축적했었다. 실화에 각색을 더한 드라마라 극적인 연출이 많지만 그걸 인지하고 있음에도 실화라는 것을 의심할 정도로 그의 행보는 굉장히 파격적이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마약상 파블로 에스코바르는 어떻게 그런 상황을 만들 수 있었는지와 그의 말을 통해 어떻게 소수의 마약상 조직이 한 국가에 그토록 지대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내 맘대로 분석 해볼것이다.

     

    1. “우리는 모두 도둑이야.”, <낙인 효과>

    홀로 할 수 있는 큰 일은 없다. 혼자로서는 아무것도 해낼 수가 없는것이다. 그렇다면 내 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내 편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번 영향력 안에 들어간 사람이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것이다. 이는 조직의 유지를 위해서 몹시 중요한데 구성원의 이탈로 중요 정보가 라이벌이나 적에게 공개될 확률이 지극히 높기 때문이다. 파블로는 이미 사회규범을 거스른 구성원들이 조직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들었다. 사회 규범적으로 배척되는 행동을 강요함으로써 구성원들에게 낙인을 찍어 공동체 이탈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오히려 조직내에 낙인을 자랑처럼 여기게 만드는, 더러운 일을 우대함으로써 오히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낙인 찍히기를 바라는것으로 만들었다.

     

    2. “우리를 내버려두면 평화를 약속하지만 그렇지 않는다면 전쟁을 선포하겠다고 했다.”, <당근과 채찍>

    자신이 바라는 행동을 했을 경우 보상을, 해가 되는 행동을 했을 경우 처벌과 책임을 무는 방식은 합리적이고 당연한 절차다.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파블로가 조금 더 잘했던 점은 이런 보상 체제 유지를 위해 확실하고 집요하게 집행했다는 점이다. 파블로는 파트너에게는 이익을 배분하고 지키는 반면 배신자는 철저하게 처단한다. 설사 처벌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이 크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한번 정해진 상벌은 집요하게 집행된다는 점을 조직구성원들에게 각인시킴으로써 조직 구성원들을 자발적으로 행동 하나하나에 의지와 책임감을 부여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사람들을 관리할 수 있는 소수의 특권 계층이 생겨나게 된다. 이들은 몹시 중요한데 다수가 반감을 가지고 변화를 시도할 때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가장 큰 완충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층이 무너지지 않도록 조직의 지도자로서 유지하기 위해 한번 뱉은 말은 결국 어떻게든 관철해 나간다는 점을 조직 구성원 모두에게 강하게 각인시켜야 한다. 빈말을 하며 신뢰가 떨어진다면 종국에는 집행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조직은 쉽사리 와해 될 것이다.

     

    3. “너와 네 가족을 모조리 죽여 주겠어!”, <효율적인 행정, 본보기>

    배신자를 찾는것은 몹시 까다로운 일이다. 의심은 가지만 증거가 없는 경우 진위 여부를 가리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것은 자명하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배신할 생각이 들지 않게끔 본보기를 보이는것이다. 가능한 파괴적으로 처벌하며 그 여파가 본인뿐 아닌 주변까지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어 배신 가능성이 있는 대상이 배신으로 얻는 이익보다 배신에 실패했을때 잃게되는 손실이 더 크다고 조직 구성원들이 생각하게 만드는것이다.

    이 기전이 성공적으로 동작한다면 구성원 스스로가 작고 기민한 행동 주체가 되어, 자신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4. “나는 콜롬비아의 대통령이 되겠어.”, <집단 합리화>

    조직의 규모가 점점 커져가다 보면 결국 어느 순간에는 조직에 속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의지와는 관계없이 그 영향력을 맞이하는 순간이 오게된다. 이런 경우는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장점으로는 규모에 의한 홍보 효과로 더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홍보할 수 있다는 점과 기존의 낙인에 대한 박탈감을 떨쳐낼 수 있다는 점이다. 규모로 인해 더 이상 소수의 아웃사이더가 아닌 사회의 메이저라는 인식전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이 되면 지금까지의 악한 행동은 더 큰 선을 위한 필요악이라는 궤변도 가능해진다. 이 과정을 끝까지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선과 악의 관점이 바뀌며 상식의 패러다임도 전환 시킬 수 있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기존의 기득권 세력과 맞붙게 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기득 세력은 이미 대중들에게 성공적으로 포지셔닝을 마친데다가 더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세력은 자신감있고 안정적인 지원을 받고 있을것이기 때문에 이 집단을 와해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조직의 결속력은 공고해지며 어느 순간이 되면 왠만큼 큰 실수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틈이 보이지 않는 조직이 된다. 파블로는 위의 간단한 4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 재미있는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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